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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문명과 문화-말의 탄생과 관념의 변용

문명


현재 우리는 문명이라는 말을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집트문명, 황하문명 등 고대의 지역문명을 드러내 때 사용하는 일이 많고, 또 문화와 관련해서도 고대문화라는 용법이 있기 때문에, 문명과 문화라는 말이 오랜 옛날부터 존재해왔던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 두 용어가 지닌 이데올로기성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근대;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대에 만들어진 용어라는 점을 확실하게 자각할 필요가 있다। 문명과 문화는 유럽에서 18세기 후반에 와서야 겨우 사용되기 시작한 새로운 용어이고,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문명의 첫 출현, 미라보와 돌바크


문명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던 문헌인 미라보의 [인간의 벗 또는 인구론]에서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문맥 속에서 나타난다।


질서가 잘 세워진 사회에서 종교의 집행자는 당연한 권리로서 제일 첫 순위에 놓인다। 종교는 이론의 여지없이 인간성의 첫번째, 그리고 가장 유익한 제어장치이고, 문명의 제일의 원동력le premier ressort de la civilisation.이다 . 종교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설교하고, 끊임없이 우의友誼를 상기시키며,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 이끌고(...) 종교의 집행자 다음에 오는 것은 문제없이 조국을 방위하는 자들이다.-[인간의 벗, 또는 인구론] 제1부 제8장.

'문명'이라는 말은 여기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장에도 "문명을 매개하여 야만으로부터 퇴폐에 이르는 자연스런 순환"(제2부 제8장), "문명과 자유에 대한 억압"(제3부 제5장)같은 표현이 있다. 또 문장의 흐름으로 볼 때, 저자가 이 말을 쓰면서 신조어로서의 특별한 구애를 받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미 형용사 civil(시민의 예의 바른)이나 동사 civiliser(개화하다, 교화하다), 특히 과거분사형인 civilise(개화한, 예의범절을 익힌)가 전 세기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명사형인 civilisation(문명)을 사용하는데 그다지 큰 정항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3세기에 걸쳐 사용되고 있던 동사로부터 처음으로 명사형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더욱이 그것이 '인간성'이나 '자유'에 비견되는 중요한 관념어였음을 감안하면, 역시 언사아와 사상사에서 일대사건이라고 할 것이다.

이후 미라보는 1760년의 [조세론]에 첨부한 왕에게 바치는 헌사에서 "문명의 순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벤베니스트는 앞서 말한 논문에 랑게의 [시민법론 또는 사회의 기본법칙](런던, 1767)몇 구절을 인용했는데, 프랑스에서 '문명'이라는 용어가일반화된느 것은 1770년대에 이르러서였던 것 같다.모라스Joachim Moras.의 연구에 의하면, 1770년에 출판된 레이나르의 [두 인도에서 유럽인의 식민지와 통상에관한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역사] 초판에는 '문명'이란 말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1774년의 제2판에는 거듭사용되었따. 또 1770년에 나온 돌바크의 [자연의 체계]에는 이 말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1774년에 나온 그의 책[사회의 체계]에는 거듭 나타난다. 두세 가지 사례를 인용해보자.


여러국민과 그들은 지배하는 지도자들의 완전한 문명화La civilisation complette des Peuples er des Chefs, 정부와 습속과 악폐의 바람직한 개혁은 몇 세기에 걸친 인간정신의 귾임없는 노력, 사회의 되풀이되는 경험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 제1부 제16장 '사회생활, 자연상태, 미개의 생활에 대하여'


실제로 무분별한 군주들이 언제나 끌려들어가곤 하는 끊임없는 전쟁이상으로, 공공의 복지나 인강성의 진보, 사람들의 완전한 문명화la civilisation complette des hommes에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없다. 이렇게 진정 야만적이고 이성에 반하는 정치속에서야말로, 우리는 여러 국민les Nations이 입는 가장 가혹하고 지속적인 불행의 원천을 발견하는 것이다. - 제2부 제11장' 전쟁에 대하여'


인간의 이성은 아직 충분히 행사되고 있지 않다. 여러 국민의 문명화la civilisation des Peuples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발걸음만이 우리의 정부, 법률, 고육, 제도, 습속 등의 완성에 도움이 되고, 유익한 지식의 진보가 오늘날까지 무수한 장애에 의하여 방해받아왔기 때문이다. - 제3부 제12장 '재해 또는 정신적, 정치적 악덕의 구제책.진리의 변명'


위 3개의 인용문에서 나타난 la civilisation이라는 말을 모두 '문명'보다는 '문명화'로 번역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하는 것은, 이 문장이'문명'이라는 관념어에 이르는 과도적 단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의 미라보의 글까지 포함하여 여기에는 '문명'개념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가 거의 모두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첫번째로 주목되는 것은 문명이라는 용어가 도덕적인 주장, 모럴과의 관련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미라보는 문명을 종교와 결부시켰는데, 인가의 사회성 sociabilite을 파괴하는 것으로서 종교를 비판할 때도, 문명은 미덕이나 좋은 습속의 완성이라는 도덕적인 주장과 결부되어 나타난다. 이것은 현대의 우리 문명관이 물질문명-정신문화라는 방향을 취하기 쉽기때문에 제일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로, 문명이란 용어는 항상 계몽주의 또는 진보주의의 맥락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돌바크의 글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인간성의 진보'와 '인간의 문명화'는 거의 같은 뜻이다. 문명은 인간 이성의 발현형태이고, 인간성의 진보의 과정이며, 도달목표이기도 하다. 문명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역사관(정보사관)과 결부되어 있다기보다는 일종의 사관의 표명이다.

세 번째로, 문명이라는 용어가 나타나는 맥락 속에서 설령 도덕이나 인간성의 진보가 운위되더라도 그 논술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와 국민이다. 앞서 인용한 미라보의 글은"질서가 잘 세워진 사회에서"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는데, 이때 사회는 국가와 거의 같은 의미이다. 실제로 이 글이 인용된 부분에서 문제 삼는 것은 거기 사용되고 있는 말을 빌면 국가조직(Etat, constitutions, institution)이나 국민nations인데, 미라보의 관심은 조요 자체가 아니라 종교가 사회, 곧 국가 속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종교에 이어 군대 등이 논의되는 것이다. [조세론]에서 '문명의 순환'을 이야기할 때도 한 국가의 성쇠를 문제 삼았으며, 왕의 정치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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